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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의 삶을 살게 된 연예인

  • 무속인나라
  • |
  • 2017-08-09
  • 조회수 483
지난 5월 말, '황마담'으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황승환이 무속인으로 전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그는 현재 서울 논현동의 한 점집에 제자로 들어가 가르침을 받고 있다.

황승환 이전에도 연예인으로 활동하다가 무속인으로 전향한 사람들은 종종 있었다. 배우 정호근(51)은 2014년 신내림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2002년 KBS 공채 탤런트 출신의 황인혁(45), 1968년 TBC 탤런트로 데뷔한 배우 안병경(68), 1999년 모델로 데뷔해 사랑받았던 방은미(41), 80년대 '하이틴 스타' 박미령(47)도 무속인으로 전향했다.

연예인과 무속인, 두 직업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원했건 원치 않았건 이제는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그들이 밝힌 인생사는 한결같이 기구했다. 각자의 아픔을 품은 그들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배우인생 30년, 무속인으로 다시 태어난 정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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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의 설지 역, '정도전'의 임견미 역 등을 맡아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정호근. 30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배우였던 그는 2014년 12월 신내림을 받았다고 선언, 무속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계룡산·태백산·일월산·인왕산 등 우리나라 6곳 산과 백마강의 물을 밟고 이후 인왕산 국사당에 가서 문고(무당증서)를 받은 그는 이제 정통 무속인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무속인이 될 운명임을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느닷없이 헛소리를 했다. 비 내리고 천둥번개 치면 마당에 나가 춤을 추다가 잠을 잤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신이었다"며 "무속인이었던 할머니의 영향도 컸다. 덕분에 무속 관련 서적을 여럿 읽으며 자랐다. 배우로 일할 때에도 직감과 예지력이 좋아 동료에게 '촉이 남다르다'는 말을 듣곤 했다."고 회상했다.

무속인이 되기 전부터 정호근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미숙아로 태어난 첫 딸이 생후 27개월에 눈을 감은 뒤, 부부는 세상을 등질 결심을 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후 그들은 미국행을 택했고, 거기서 쌍둥이를 얻었지만 그 중 한 아이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그는 "술로 세월을 보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시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4년 9월, 갑작스런 배앓이에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이상 없다"는 말 뿐이었다. 드라마·토크쇼에 출연하면 어쩔 수 없이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집에 와서는 배를 부여잡고 신음하며 뒹굴었다. 3개월간 시달리던 그는 자신이 앓고 있는 것이 신병이라는 사실을 알게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내림굿을 받아 무속인이 됐다.

그러나 그가 배우로서의 삶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인터뷰 당시 그는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 복귀할 예정" 이라며 "안 좋은 시선과 현장서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는 떳떳하고 솔직한 사람이다. 무속인이 사람들 가십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내 변화를 굳이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아직까지 그의 연예계 복귀 소식은 들리지 않지만,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은 종종 방송을 통해 소개돼고 있다.
▶인기 절정 '하이틴 스타'를 덮친 신병…눈물 머금고 무속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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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령은 1980년대 '하이틴 스타'로 불리며 활발하게 활동한 전직 연예인이다. '여고시대' 잡지 표지 모델로 데뷔, 제과회사 모델은 물론 우리나라 최초 여고생 화장품 CF모델, KBS 2TV‘젊음의 행진’ MC까지 맡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명 가수와 결혼한 뒤로는 아들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박미령은 20대 후반에 이르러 뜻하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신병을 앓기 시작한 것.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프고, 어디선가 사람이 걷는 것 같은 환청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위층에서 저벅저벅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온몸이 움직일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고 3일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시달리던 그는 온갖 치료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고통이 심해 우울증에 시달렸고, ‘차라리 죽어버리자’며 과속 운전을 하거나 동맥을 끊으려 했다. 남편과의 관계도 망가져 이혼을 선택했다. 남편 뿐 아니라 친구들, 가족, 가까운 지인까지 모두 잃었다.

하지만 그는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아들에게 신병이 되물림 된다"는 말을 듣고 마침내 무속인이 되기로 결심, 내림굿을 받고 신당을 차렸다. 올해로 8년째 무속인으로서 수행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이제 "과거에는 내가 선택한 무대의 주연이었다면, 이제는 신이 선택한 무대의 주연으로 살고 있다"며 자신의 운명을 따르고 있다.
▶'묘덕선사'가 된 '황마담'…"지금이 훨씬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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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알면서!"라는 유행어로 기억되는 황승환. 그도 기구한 팔자로 따지자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 '황마담'이라는 캐릭터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하지만 그는 2006년 개그맨을 그만두고 사업가로 변신, 웨딩컨설팅 회사 ‘황마담 웨딩’을 세웠다. 2011년에는 노래방기기 제조업체인 엔터기술 부회장으로 활동하다가 송사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끝내 사업은 실패했고, 2014년에는 아내와의 관계가 악화돼 이혼까지 겪었다. 연대 보증으로 15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그는 파산 면책을 신청하는 처지로 추락했다.

그런 황승환이 무속인의 길을 선택했다는 소식이 최근 알려져 일간스포츠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묘덕'이라는 법명으로 2년째 수행중인 그는 “2012년 검찰조사, 2014년 이혼을 겪으면서 한때 자살을 생각했지만, 지인을 통해 법주(스승)님을 만난 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지금까지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선사’이지 무속인이나 역술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원래 불교에서는 법사라고도 한다. 법사가 하는 일이 선사가 하는 일과 똑같다.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사람들에게 앞서 말해주는 것, 선지식을 알려준다.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게 선사다”고 설명했다.

개그맨으로 살았던 과거를 언급하자 그는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보다 지금 마음이 더 편하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기도를 열심히 하고, 나 자신을 닦는 수행을 해왔다. 과거 개그맨 시절에는 음주가무에 빠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모두 끊었다. 현재는 이곳에 있지만, 대중과 소통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점집을 찾아오는 이들은 ‘황마담’을 알아보고 친근감을 느낀다. 그는 “개그맨을 한 것이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상담 오는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겪었다. 대중을 보면 힘든 게 다 똑같다. 사업, 건강, 자녀, 부부 문제 등 거의 다 고민이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제 황승환은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내가 부처님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수행의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개그맨이 됐을지, 사업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부처님의 제자는 인간의 운명과는 다르다. 정해진 삶이다. 전생에서도 정해져 있었고, 다음 생애도 다다음 생애도 계속 정해져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운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날짜 : 2016-06-22
출처 : 배재성 기자, 한동엽 인턴기자 hongdoya@joongang.co.kr
원문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257292